TV를 켜면 채널이 나온다. 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대신 광고를 본다.
얼핏 보면 우리가 오래전부터 보던 TV와 크게 다르지 않다. 차이가 있다면 이 채널이 안테나나 케이블이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들어온다는 점이다.
이런 서비스를 FAST(Free Ad-supported Streaming TV)라고 부른다.
말 그대로 풀어보면 어렵지 않다. 무료(Free)로 볼 수 있고, 광고(Ad-supported)를 통해 수익을 만들며, 인터넷 스트리밍(Streaming) 방식으로 TV 채널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의 삼성 TV Plus, LG전자의 LG Channels, 미국의 Pluto TV 등이 FAST 서비스에 해당한다.
FAST라는 이름은 다소 생소하지만 서비스의 이용 방식 자체는 오히려 익숙하다.
넷플릭스처럼 보고 싶은 콘텐츠를 하나씩 고르는 것이 아니라 TV를 켜고 채널을 선택하면 편성된 콘텐츠가 계속 나온다.
그렇다면 FAST는 기존 TV와 무엇이 다르고, OTT와는 또 어떻게 다른 것일까.
OTT와 비슷하지만, 보는 방식은 TV에 가깝다
FAST를 이해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기존 TV와 OTT의 특징을 함께 가지고 있는 서비스라고 보는 것이다.
기존 TV는 케이블이나 IPTV 같은 방송망을 통해 편성된 채널을 제공한다. 이용자는 일정한 이용료를 지불하고 채널을 시청한다.
넷플릭스나 티빙 같은 OTT는 인터넷을 통해 콘텐츠를 전달한다. 대신 이용자가 보고 싶은 영화나 드라마, 예능을 직접 선택해 보는 주문형 시청이 중심이다.
FAST는 이 둘 사이에 있다.
전송 방식은 OTT처럼 인터넷을 이용하지만, 시청 방식은 기존 TV처럼 편성된 채널을 보는 형태에 가깝다. 여기에 대부분 별도의 구독료가 없고 광고를 통해 수익을 만든다는 특징이 더해진다.

한 장으로 정리하면 차이가 더 명확하다.
기존 TV와 FAST는 모두 ‘채널’을 본다는 점에서 닮았다. 반면 콘텐츠가 시청자에게 전달되는 방식에서는 FAST와 OTT가 인터넷 스트리밍이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수익 구조에서는 또 차이가 난다.
기존 유료방송은 가입료가 중요한 수익원이고, 구독형 OTT는 월 구독료가 중심이다. FAST는 이름 그대로 광고가 사업모델의 핵심이다.
결국 FAST는 TV의 채널 경험과 인터넷 스트리밍 기술, 광고 기반 무료 모델이 결합된 서비스라고 볼 수 있다.
무료라는 점도 중요하다
FAST의 또 다른 특징은 대부분 별도의 구독료가 없다는 것이다.
요즘 소비자는 넷플릭스, 유튜브 프리미엄, 티빙, 웨이브 등 여러 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한다. 서비스 하나의 가격은 크지 않아 보여도 여러 개가 쌓이면 부담이 된다.
이른바 ‘구독 피로’다.
FAST는 이용자에게 돈을 받지 않는 대신 콘텐츠 사이에 광고를 넣는다.
구조만 보면 과거 지상파 방송과 비슷하다.
시청자는 무료로 콘텐츠를 보고, 플랫폼과 콘텐츠 사업자는 광고를 통해 수익을 만든다.
즉 광고 기반 무료 방송이라는 오래된 사업모델이 인터넷과 스마트TV라는 환경에서 다시 구현된 셈이다.
다만 단순히 과거 TV가 인터넷으로 옮겨온 것만으로 FAST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FAST에서는 콘텐츠가 유통되는 구조 자체도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FAST는 하나의 새로운 콘텐츠 유통망이다
FAST를 콘텐츠 사업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조금 다르게 보인다.
과거 방송사가 시청자를 만나기 위해서는 지상파 주파수나 케이블, IPTV 같은 유통망이 필요했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어떤 플랫폼에 채널이 들어가고, 몇 번 채널을 확보하는지가 중요한 문제였다.
FAST에서는 스마트TV 제조사와 글로벌 스트리밍 사업자가 새로운 유통 플랫폼으로 등장한다.
삼성전자는 삼성 TV Plus를, LG전자는 LG Channels를 운영한다.
TV를 만드는 기업이 기기를 판매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TV 안에서 직접 채널을 구성하고 콘텐츠를 유통하는 역할까지 맡기 시작한 것이다.
콘텐츠 사업자는 이 플랫폼에 채널이나 콘텐츠를 공급한다. FAST 플랫폼은 이를 편성하고 이용자에게 전달한다. 인터넷에 연결된 스마트TV나 CTV를 통해 시청자는 해당 채널을 무료로 시청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광고가 노출된다.

이 구조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콘텐츠와 광고가 동시에 움직인다는 점이다.
콘텐츠는 콘텐츠 사업자 → FAST 플랫폼 → 스마트TV·CTV → 시청자로 전달된다.
반대로 광고주는 FAST 플랫폼에 광고비를 지불하고, 플랫폼은 광고를 판매하거나 집행한 뒤 계약 구조에 따라 콘텐츠 사업자와 수익을 나눈다.
따라서 FAST 플랫폼은 단순히 영상을 재생해주는 앱이 아니다.
채널을 구성하고, 이용자에게 노출하고, 광고를 판매하고, 데이터를 관리하는 하나의 TV 플랫폼에 가깝다.
이 때문에 FAST를 단순한 ‘무료 OTT’라고 정의하면 중요한 부분을 놓치게 된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콘텐츠 유통 창구이고, TV 제조사 입장에서는 기기 판매 이후에도 이용자와 계속 접점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 사업이기 때문이다.
기술은 새로운데 시청 방식은 익숙하다
FAST 관련 업무를 하면서 흥미롭게 느끼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FAST 뒤에는 스트리밍, CTV, 광고 기술, 시청 데이터 같은 새로운 기술이 깔려 있다.
그런데 이용자가 보는 화면은 의외로 익숙하다.
채널이 있고, 편성표가 있고, 프로그램이 이어지고, 중간에 광고가 나온다.
우리가 오랫동안 경험해온 TV와 크게 다르지 않다.
새로운 기술이 반드시 완전히 새로운 콘텐츠 소비 방식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존의 익숙한 경험을 새로운 기술과 사업모델로 다시 만들어내기도 한다.
FAST가 그런 사례다.
OTT의 등장 이후 콘텐츠를 직접 선택해서 보는 방식이 크게 늘었지만, 모든 순간에 이용자가 무엇을 볼지 선택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때로는 TV를 켜고 채널을 틀어놓는 경험도 여전히 필요하다.
FAST는 이 오래된 ‘채널’이라는 콘텐츠 소비 방식을 인터넷 환경 안으로 가져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TV 제조사, 콘텐츠 사업자, 광고주가 참여하는 새로운 유통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FAST를 이해할 때 중요한 것은 그래서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라는 정의 하나가 아니다.
FAST는 전통적인 TV의 채널 경험을 인터넷으로 옮긴 동시에, 콘텐츠와 광고가 유통되는 새로운 TV 플랫폼 구조다.
이 개념을 이해하고 나면 다음 질문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FAST 시장은 실제로 어디까지 성장했고, 한국에서는 지금 어떤 사업자들이 시장을 만들고 있을까.
다음 글에서는 글로벌과 국내 FAST 시장의 현황을 살펴보려고 한다.